본문 바로가기

송아름의 지금까지, 앞으로도

삶을 함께 이뤄내는 이들을 위한 기록 - 영화 <꿈꾸는 사진관>
영화 <꿈꾸는 사진관> 스틸컷 이미지



삶을 함께 이뤄내는 이들을 위한 기록 – 영화 <꿈꾸는 사진관>


송아름(영화평론가)


꿈에는 어떤 제한도, 기한도, 나이도 없을테지만 괜한 편견들은 거대한 가림막이 되어 꿈을 허상으로 바꾼다. 현실성이라는 경계와 걱정이라는 빌미로 얹는 말들이 이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 사이에서 꿈을 유지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간절함과 확신이, 그리고 내가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꿈꾸는 사진관>의 사진 작가 미식(신미식)이 그랬던 것처럼. 미식은 언젠가 아프리카, 그 중에서도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그곳 사람들의 가족사진을 찍어주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다. 꾸미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 그에 대한 갈망은 규격에 맞게 적당한 표정을 지어야만 결과물이 나오는 현재의 작업들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그 꿈을 앞에 두고 갈팡질팡 할 때 미식에겐 갑작스런 기회가 찾아오고, 어머니의 죽음으로 자신의 본업을 놓고 있던 수진(양수진)과 카바레에서 밀려난 트로트 가수 태화(장태화)와 마다가스카르로 향한다. 


영화 <꿈꾸는 사진관> 스틸컷 이미지2


<꿈꾸는 사진관>의 인물들은 모두 전문 배우가 아닌 이들이 빚어내고 있다. 다소 어색한 시선이나 대사 처리 등은 오히려 이 작품이 말하려던 꿈을 향한 기대의 또 다른 형태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배우들은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영화에서 사용하며 누군가의 꿈이었을 순간들을 정직하게 보여주고 이것으로 작품이 지향하는 꿈의 의미는 배가된다. 내용 역시 이러한 흐름에 고스란히 스며든다. 미식뿐만 아니라 카바레에서는 바라지 않는 자신들만의 음악을 고집하는 크레이지 보이나 지금보다 나아질 무엇인가를 찾는 태화, 이젠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수진 등은 모두 지금과는 달라질 무엇인가를 찾아 움직이고 한다. 그것이 명확히 어떤 형태일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꿈을 좇는 이가 있다면 그것의 실현을 바라보는 것 역시 행복이 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미식과 태화, 그리고 수진이 함께하는 마다가스카르의 여정은 시작된다. 


영화 <꿈꾸는 사진관> 스틸컷 이미지2


영화가 보여주는 마다가스카르의 풍경들은 그 자체로 누군가의 꿈이 이토록 아름답고 빛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림책 속에서나 등장하던 바오밥 나무나 푸른 산과 물, 어떠한 가장도 더해지지 않은 채 카메라 앞에 선 사람들의 모습 등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미식의 꿈을 응원하게 만든다. 그곳에서 태화는 기타를 치며 한국에서와는 다른 노래를 부르고 수진은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며 자신들의 또 다른 역할을 찾아간다. 특별한 계획없이 따라간 곳이었지만 그들에게도 미식이 가졌던 것만큼이나 중요했던 ‘나’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는 사실이 천천히 나타난다. 하루를 이렇게 보내도 저렇게 보내도 보채는 이도 일도 없는 그들의 마다가스카르의 여정은, 마치 태화와 수진이 미식에게 기댔던 것처럼, 마치 나의 꿈을 바라보는 듯한 행복을 안긴다. 


영화 <꿈꾸는 사진관> 스틸컷 이미지4


이처럼 <꿈꾸는 사진관>이 그리고 있는 꿈은 누군가와의 연쇄와 그로 인한 결과이다. 마다가스카르는 미식만의 꿈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크레이지 보이가 미식의 사진관을 맡아주겠다는 결심 때문이었고, 수진과 태화가 함께 갈 수 있었던 것도 어찌보면 우연에 기반한 것이었다. 이들의 삶은 서로에게 얽혀 있고 또 함께 하면서 각자의 꿈을 실현해 나간다. 운명인 듯 다가오는 우연들은 그들이 꿈으로 나아가는 데에 기꺼이 힘을 얹고 또 그들이 힘을 내도록 만든다. <꿈꾸는 사진관>이 그리는 꿈의 모습은 바로 이런 것이다. 젊을 때의 패기로 달려들 수 있는 꿈을 지나 오랫동안 묵혀 사그라든 듯 보였을지라도 누군가의 응원으로 또 동행으로 이룰 수 있는 것, 바로 이것이 꿈을 놓지 않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꿈꾸는 사진관>은 7월 허리우드 극장에서 이틀 동안 상영되었다. 종로의 단관극장, 실버영화관으로 바뀐 허리우드 극장에서 감독은 관객을 맞았다. 오랜 낭만을 간직한 극장에서 감독도 관객도 아마 스쳐갔다고 생각했던 꿈을 찾을지 모를 일이다. 여러 극장이 아닌 바로 이 한 곳의 극장을 선택하고 또 관객을 직접 맞이하는 것으로 <꿈꾸는 사진관>은 많은 이들의 꿈의 연쇄를 고스란히 실천했다. 미식과 태화, 수진이 거쳐갔던 마다가스카르는 허리우드 극장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간직될 것이다. 실버영화관을 선택한 것은 바로 이 기억이 언제고 누군가의 꿈으로 발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놓지 않고 싶어서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은 응원하는 누군가와 어떤 우연으로 실현에 가닿을지 모를 일이다. 미식과 수진이 어떤 확신으로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결심을 했던 것처럼, 그리고 태화가 다시 마다가스카르로 돌아간 이유를 찾았던 것처럼 말이다.   


영화 <꿈꾸는 사진관> 스틸컷 이미지5